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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이야기

라틴아메리카 이야기 - 4 [이슬람 왕국의 생성과 확장]

 

 

  지난 시간에 드디어 스페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슬람 세력이 등장하였습니다. 되새김을 위해 다시 한번 살펴보자면 7세기 들어 서고트왕국 내에서 왕위다툼으로 인해 정세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혼란한 배경을 틈타 711년 북아프리카로부터 무어인, 즉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로 침투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어인들은 소수의 아랍인들과, 다수의 아프리카에 살던 베르베르인으로 구성되어있었는데요, 이들은 단 한달여만에 이베리아 반도를 집어삼키고 맙니다.

 

  그 굳센 로마군도 정복하는데 200년 가까이 걸렸는데 어떻게 무어인들은 한달만에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요? 200년은 한달 * 2400이니 무어인이 로마군보다 2400배 센 걸까요? 아니면 무어인들이 탄 말이 2400배 빨라서 빨리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모두 다 아닙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렇게 서고트 왕국이 급격히 무너진 데에는 앞에서 말했던 국내 정세의 불안과 더불어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바로 내부자의 내통이었습니다.

 

 

이슬람 군대가 건너온 지브롤터 해협

 

 

  이 내부자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까바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까바는 당시 서고트 왕국 내의 최고의 귀족 중 한명이었던 돈 훌리안 백작의 딸이었는데 어느날 서고트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던 로드리고 왕은 까바를 겁탈합니다. 이에 분노한 돈 훌리안 백작은 북아프리카로 넘어가 무어인들을 이끄는 선봉장이 되어 이베리아 반도 정벌에 나섰습니다. 이때 이들이 북아프리카에서 이베리아 반도로 건너오기 위해 건넌 해협이 바로 오늘날의 지브롤터 해협인데요, 당시 이슬람 군대의 장군 중 한명이었던 타리크 장군이 이곳을 정복했다는 것에서 지브롤터라는 지명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돈 훌리안 백작은 최고 직위의 귀족들 중 한명이었던 만큼 서고트 왕국 곳곳의 요새들 및 요충지, 그리고 지리를 잘 알고 있었고 이런 길잡이 역할을 해준 돈 훌리안 백작 덕분에 무어인들은 손쉽게 곳곳을 정복하며 북진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서고트 왕국 내의 수많은 기독교 인들은 혼란스러운 나라 정세 및 귀족들간의 싸움에 지쳐있었고 이슬람 군대를 환영하는 자들도 많았으며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하게 됩니다.

 

 

이슬람 북진 당시 최초의 기독교 왕국이 세워진 아스투리아스 지방

 

 

  그러나 끝을 모르고 북진하던 이슬람 군대는 한가지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는데요, 바로 이베리아 반도 중간에서 북진을 멈춘 것입니다. 당시 스페인, 즉 서고트 왕국을 포함한 전 유럽은 새롭게 떠오르는 이슬람 군대에 대항할 힘이 없었으며 만약 이슬람 군대가 스페인을 넘어 유럽으로 진격을 시작했다면 전 유럽을 이슬람화 시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슬람 군대는 진격을 멈추었는데, 그들이 진격을 멈춘 이유중 하나는 바로 추위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무더운 아프리카의 기후에서 살다가 싸늘한 스페인 북부의 공기를 맛본 그들은 추운 곳으로 가기 싫은 마음에 진격 속도를 늦추었고, 이를 틈타 서고트 왕국의 귀족들은 그들의 힘이 아직 닿지 않은 북쪽으로 도망쳐 세력을 다시 모으며 이슬람인들에게 대항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서고트 왕국의 귀족이었던 펠라요 장군의 아스투리아스 왕국을 시발점으로 수많은 기독교 왕국들이 스페인 북부에 세워졌으며 이슬람 군대 역시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재침공을 시도하지만 이미 정비를 갖춘 기독교 왕국의 군대를 뚫지 못했고 피레네 산맥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 을 넘지 못한채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만족해야만 하게 됩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아까 무어인들이 베르베르인들과 아랍인들로 구성되어있다고 말했죠? 이슬람 왕국 역시 시간이 흐르자 베르베르인들과 아랍인들이 서로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켰고 수많은 이슬람 왕국들로 분열되었는데요, 이때부터 수백년간 이슬람과 기독교의 끊임없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한편,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 세력은 항상 다투기만 한 것은 아닌데, 싸우다 보면 정이 든다는 말도 있듯이 한쪽에서는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 세력은 수많은 교류를 하며 융화된 문화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 이슬람 왕국 중 하나였던 그라나다 왕국은 이슬람 문화를 따름에도 불구하고 유럽 문명과 합쳐져 이슬람에는 없는 우상이 존재하고, 이슬람에선 금지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존재하는 등 여러 융화된 문화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기독교 세력이 수백년에 걸쳐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탈환하기 위해 벌인 전쟁, “Reconquista (레콩키스타)”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