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이야기 - 2 [로마의 붕괴와 서고트 왕국 탄생]

고트족의 이미지를 찾지 못해 Goat로 대신합니다

 

 

  지난번 시간에 보았다시피 스페인은 정복당하기 전까지 로마에 치열하게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정복당한 뒤에는 철저히 로마의 문화에 동화되었으며 로마 역시 자신들에게 철저히 복종하는 스페인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로마군은 지원 시 제대 후에 토지 및 로마 시민권을 주는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지원자가 많았고 특히 로마의 속주들에서는 로마 군대에 지원하여 신분상승을 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찬란했던 로마도 결국 황혼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물론 로마의 붕괴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게르만 족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땅들을 계속해서 정복해나가던 로마는 결국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정복사업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에서 말했던 로마군의 토지 제공 정책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제공되는 토지들이 정복지에서 나왔던 것이였기 때문입니다. 정복지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군대에 가도 부여받을 땅이 없어지게 되었고 또한 로마가 부유해지면서 군대에 지원하려는 자들 역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원자가 적다고 국경을 비워놓을 수는 없겠죠? 로마는 줄어든 병사들의 수를 보충하기 위해서 게르만 용병들을 들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로마의 붕괴를 이끈 신의 악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게르만족들이 침입해오고, 내부에서는 용병으로 들인 게르만족들과의 갈등이 지속되며 로마는 수천년간 이어오던 외부 민족에 대한 관용의 정신을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해서 로마가 그 넓은 땅을 계속해서 정복해나가면서 그동안 정복지의 치안 및 질서를 유지한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관용의 정신 덕분이기도 했는데, 그 핵심 정신이 무너져버린 것이죠. 우리 역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분열해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로 인해 로마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브리타니아 (오늘날의 영국), 이베리아 반도와 같이 수도로부터 먼 곳부터 외부의 침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베리아 반도에는 반달족과 수에보족과 같은 민족들의 침입이 있었으며, 결국 429년여부터는 서고트인들에게 정복되며 서고트 왕국의 지배가 시작됩니다.

 

 

기병

 

 

  한편 관용의 정신이 사라진 것 외에도 로마군이 패퇴하기 시작한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기병의 등장이였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 기병대가 발달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는데, 바로 말을 오래 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분명 말을 한번 이상 타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지만 타본 분들에 의하면 몇분간 말 위에 올라타 있는 것도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고 합니다. 아바타에서도 주인공이 드래곤들을 타기 이전에 먼저 교감부터 하는 것을 보셨죠? 말을 탈 때도 말과 진정으로 교감을 해야 말과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다가 말을 타고 그냥 평화롭게 산책하는 것이 아니라 급박한 전투 상황 속에서 날라오는 화살을 피하며 앞에서 달려오는 적병을 헤치워야 한다면?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할 것입니다. 모두들 공부할 때는 앉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자 광고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전투를 할때도 마찬가지로 앉아있는 자세가 바르게 되어야 오랜 시간 그 힘든 일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다리를 걸어놓는 장치인 등자가 없었고 말을 올바른 자세로 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말을 탄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병이란 개념 역시 존재할 수가 없었죠.

 

 

다리를 걸어놓을 수 있는 등자

 

 

  그러나 다리를 걸어놓는 장치인 등자가 등장한 이유로 말을 오래 탈 수 있게 되며 기병이란 새로운 전투 부대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북방의 이민족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게르만족의 기병대에 로마의 보병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고 이베리아 반도는 손쉽게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참고로 기병대는 후에 화약이 발명되기 전까지 군대의 중심이 되며 극강의 전투 병력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고트 왕국의 발전과 이슬람 세력의 등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