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집어삼키게 된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당시 스페인 북부에서 생겨난 수많은 기독교 왕국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수많은 기독교 왕국들 중 이베리아 반도를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운동, 즉 레콩키스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왕국을 꼽으라면 바로 카스티야 왕국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 사용되는 스페인어가 기원한 곳이기도 한 카스티야 왕국은 또다른 기독교 왕국인 레온 왕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한 왕국으로, 다른 기독교 왕국들보다 늦게 탄생했습니다. 특히 기독교 왕국들 중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있어 이슬람 세력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있던 카스티야 왕국은 전쟁이 일상화된 곳이였으며 이에 따라 전 국민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예비군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같이 언제든지 전쟁에 임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국토 곳곳이 이슬람의 침입에 대비하여 요새화 되어있었습니다.
그 당시 스페인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었고, 따라서 여러 왕국들에는 경제발전을 위한 농민들과 농노들이 다수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슬람과의 접경지에 있어 상황이 불안정했던 카스티야 왕국에는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오늘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기도 북부에 인구밀도가 굉장히 낮은 것을 생각하면 쉽게 당시 카스티야 왕국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스티야 왕국은 적극적으로 인구를 늘리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민을 통한 인구 증가를 꾀하며 이민자의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다수의 이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도망친 농노들이나 죄수, 사형수들이 자신의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삶을 꿈꾸며 카스티야 왕국으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인 이민자들을 카스티야 왕국은 귀족이나 평민등의 신분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대우하며 레콩키스타 과정에서 공을 세우는 사람에게는 땅을 주고, 그곳의 영주로 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전격적인 지원에 혹한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땅을 꿈꾸며 적극적으로 전쟁에 임했고, 이러한 카스티야 왕국의 지원은 레콩키스타가 거의 끝나가는 13세기 무렵까지 유지되며 카스티야 군대는 당시 유럽 최강의 전투부대로 거듭나게 됩니다.
당시 공을 세워 새로 정복한 땅의 영주가 된 사람들은 해당 지역을 지배하는 막강한 군사지도자로 거듭나게 되었고, 후에 종교 세력까지 끌어들여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받으며 자기가 다스리는 곳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데요, 이를 Caudillo (카우디요) 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스페인에 존재하던 카우디요라는 개념은 후에 라틴아메리카의 정복 과정에서도 새롭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이베리아 반도에 건너온 초기에 알 안달루스라는 하나의 왕국으로 존재하던 이슬람 세력은 베르베르인과 아랍인과의 갈등으로 십여개의 타이파 (작은 왕국) 으로 갈라지게 되어 서로 다투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이베리아 반도에는 수많은 기독교 왕국들과 수많은 이슬람 세력들이 모여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 세력은 항상 다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슬람 세력끼리 싸울 때는 기독교 왕국의 도움을 받고, 기독교 왕국들끼리 싸울때는 이슬람 세력의 도움을 좀 받는 등 서로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끝없는 전쟁 속에서 당시 중세 유럽을 휩쓴 무서운 질병이 있었는데요, 바로 페스트 입니다. 페스트는 스페인에도 큰 영향을 끼쳐 카스티야 왕국의 국토 회복전쟁을 잠시 중단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페스트로 인해 수많은 농노들이 사망하게 되며 농업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농노들로부터 자신의 자본을 키워나가던 봉건귀족들의 힘은 약해지게 됩니다. 이를 기회로 삼은 국왕들은 봉건귀족들로부터 힘을 되찾고, 자신의 힘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기존의 농업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상공업 기반의 자유도시들을 만들어 도망친 농노등을 받아들였는데요, 이때부터 기존의 토지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상공업 기반의 사회로 변화하며 봉건 제도는 점점 무너지고 중앙집권제가 발전하게 됩니다
한편, 카스티야 왕국을 필두로 한 기독교 세력은 조금씩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탈환해 나갔고, 당시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가 끝나자 이베리아 반도는 세개의 기독교 왕국인 카스티야 왕국, 아라곤 왕국, 카탈루냐 왕국과 이슬람 세력의 최후의 왕국인 그라나다 왕국으로 나뉘게 됩니다. 기존의 이슬람 왕국은 스페인 중부의 톨레도를 수도로 삼았었는데, 1085년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6세가 톨레도를 정복한 이후로 계속해서 남쪽으로 후퇴하며 코르도바, 세비야를 거쳐 스페인 최남단의 그라나다까지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그라나다 왕국의 멸망으로 인한 레콩키스타의 끝과 그 후 통일된 이베리아 반도의 상황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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